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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청량산 산행기 - 경북 봉화 안동 20211005

by 머털이가 2021. 10. 8.

☞ 경로 : (2코스)청량산도립공원정류장 - 금강굴 - 여여송 할배할매송 - 장인봉 - 선학봉 - 하늘다리 - 연적봉 - 자소봉 - 김생굴 - 풍혈대 - 응진전 - 입석 - 청량폭포 - 청량산 도립공원 정류장
☞ 9.8km  고도 870m  상승고도 820m  순 이동시간 5시간 10분

 대중 교통 : 반드시 버스회사에 문의하고 확인할 것.

갈 때 : 교보생명앞 정류장에서 567번 탑승, 청량산도립공원정류장 하차(0550 0850 1150 1450 1820  약 50분 소요)

올 때 : 청량산도립공원 정류장에서 567번 탑승(0640  1020  1320  1620 1930)

☞ 특징 : 금강굴로 오르는 등산로는 경사가 매우 급함. 다행인 것은 둘러가다가 급경사 계단을 오르기를 서너 차례 반복하는 코스. 마치 등산로가 중국의 잔교 처럼 벼랑 끝에 난 길이고 길이 좁다.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 들고 비가 오거나 땅이 젖을 때에는 특히 주의해야 함. 이곳으로 내리는 것보다는 정석대로 급경사로 오르는 것이 힘이 들어도 좋을 듯. 능선길은 좋은 편인데 장인봉 정상이나 자소봉 오르는 계단이 급경사임. 자소봉에서 하산하는 길도 급경사이고 벼랑 끝 길이 있기는 하지만 오르는 길보다 훨씬 편하고 덜 겁난다. 금강산 못 가서 대신 가는 산이라고 어느 시인의 시가 입석 입구에 있듯이 경치는 매우 뛰어나다.

산행기

버스 시간이 540분이다. 430분쯤 잠이 깬다. 그래도 오늘은 좀 잔 편이다. 510분쯤 어제 생각했던 버스 정류장이 맞았다. 0540에 탑승해서 0635쯤 청량산에 도착했다.

새벽 버스인데도 손님이 한 두 명씩 타고 내린다. 버스기사도 친절해서 마음이 놓인다. 청량산도립공원이 종점인데 버스 시간표까지 가리키며 안내해 준다. 버스 시간에 맞추어 하산해서 포항으로 가야 하기에 서두른다. 그런데 아침 안개와 어울린 강과 산을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래도 몇 장 찍으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안내판에 보니 1코스는 8시간, 2코스는 5시간이다. 아무래도 1코스로 버스 시간을 맞추기는 어렵다고 보고 여유있게 산행하려고 2코스를 역으로 타기로 했다.

청량지문이라고 쓰여 있는 안내소를 지나자마자 바로 옆으로 등산로가 있는데 경고문까지 있다. 급경사이니 등산 장비를 반드시 갖추고, 허약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시작부터 급경사이다. 계단과 흙길을 고도로 100m쯤 올라가니 완경사인데, 조금 더 가니 벼랑길이다. 길도 좁은데 거의 수직 절벽 혹은 산 허리에 1m쯤 길을 냈다. 중국 장가계의 잔교를 생각나게 한다. 겁이 많은지라 조심조심 산허리를 둘러가는데 벼랑 밑으로 보이는 전망이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다’. 산과 강, 거기에 피어오르는 안개의 멋진 광경은 제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다. 조심조심 카메라를 꺼내 담아보지만 아쉬웠다. 내가 거기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데 도저히 공간을 만들 수 없고, 빛도 허용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할매 할배송이 있는 데에는 전망터가 조금 마련되어 있어 다행히 검은 모습이나마 담았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소나무다. 제주도의 소나무는 별로 멋이 없는데 육지 산행하면서 보는 소나무는 기기묘묘한 게 많다. 여기 청량산 오르면서도 삼부자송 여여송 할매할배송 등이 자태를 뽐낸다. 소나무가 청량산의 멋의 반은 담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좀더 과장하면 등산의 묘미를 더해 주는 역할 중 꽤 큰 몫을 소나무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등산로는 허리를 감아가다가 급경사의 철계단을 오르고, 다시 허리를 감아 둘러가다가 다시 급경사의 계단을 오르고를 반복하면서 오르도록 되어 있어 힘이 들지는 않았다. 한 시간쯤 걸려 일단 능선에 오르니 길이 괜찮았는데 청량산 바로 밑에 이르자 다시 급경사의 계단이 꽤 길게 이어져 좀 겁도 났다.

그렇게 오른 청량산 정상은 오는 길의 경치가 너무 황홀한 것도 있었지만 너무 초라했다. 정상석에 주세붕의 시가 새겨져 있는 것 외에는 숲으로 들러쌓인 조금만 공터로 전망도 없다. 그런데 청량산의 장관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정상에서부터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봉우리가 나름대로 멋을 부리고 있었고, 하늘다리에서 보이는 조망 역시 일품이었다. 오르내림이 있는 능선길이지만 위험하거나 그리 힘들 정도의 높이는 아니었다. 작은 금강산이라고 할만했다. 입석 입구에 어느 시인이 써 놓은 금강산 못 가서 대신 가는 금강산이라고 했듯이.

자소봉이 갈림길이다. 원래 계획대로 1코스로 종주하느냐, 아니면 이제 2코스를 따라 내려가느냐? 한 가지 경험상 배운 것이 있다면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산행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 2코스 5시간으로 결정하니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삼각대를 펼쳐 놓고 산과 어울릴 내 모습을 요리조리 모양내며 카메라에 담아 본다.

열심히 올라왔으니 내려가는 길 또한 편안할 리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려가는 길은 경사는 급해도 비교적 괜찮았고, 벼랑길도 있었지만 덜 겁났다. 김생굴, 어풍대 풍혈대 등을 지나면서 숲 사이사이로 보이는 조망 역시 좋았다. 응진전을 감싸 안은 바위 전망도 좋았는데 아쉽게도 공간이 좁아 제대로 사진에 담지를 못했다.

드디어 입석으로 내렸다. 가만히 보니 청량지문에서 여기까지 포장로가 이어졌는데 입구보다 고도가 200m 정도 높다. 그러니 여기서 시작하면 훨씬 편하게 청량산을 오르고 감상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중에 이곳으로 오르는 산객들도 꽤 만났다. 그렇지만 내가 오른 금강대 쪽으로 하산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 같다. 그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려면.

포장로를 따라 여유를 가지고 내려가면서 보는 청량산의 모습도 좋았다. 청량폭포도 도중에 있었는데 물줄기가 별로여서 볼 만하다고 할 것은 없었다. 입구 가까이 오자 이황 기념비?가 있고, 사무사(思無邪)라고 크게 바위에 새겨놓았다.

수업하면서 성리학을 나름 공부했는데 이황의 이론이 생각났다. 간단히 요약하면, 수양이 완성되어 이치를 깨닫고 마음을 경건한 상태로 유지하면 하는 행동 모두가 천리에 맞는다. 그 천리에 맞는 행동 규범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예의범절이다. 그러니 가 옭고 그름의 판단기준은 천리에 있는 것이고 성리학의 지향하는 이상사회 모습 중의 한 단면은 천리에 따른 인간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니 가 얼마나 중요한가? 천리에 맞는 예(사회규범, 예의범절)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예송논쟁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황보다는 이이의 기발이승일도론에 따라 배고프면 배를 채우는 것도 천리에 따른 것이니, 정류장 근처에 도착해서 식당을 찾는다. 대부분의 식당이 영업을 안 한다. 몇 군데 둘러보다 드디어 찾았다. 역시 산채비빔밥에 안동 참마생막걸리 한 병을 비우고, 1320에 안동행 567번을 탑승했다.

안동초등학교에서 하차했는데 다시 정류장이 2개이다. 물어물어 터미널행 버스를 탔는데 꽤 돌아가는 버스이다. 올 때보다 10분쯤은 더 걸린 것 같다. 1605에 출발하는 포항행 버스표를 샀다. 1시간쯤 여유 시간에 사진을 정리하고 밴드 카톡에 올려 소식을 전한다.

포항행 버스는 직통버스인데 길이 꼬불꼬불 시골길이 섞여 있다. 앞에 차 하나가 막고 있으면 졸졸 따라가야 하는 등 2시간 동안 꽤나 고생했다. 이제 버스 타고 다니면서 볼 전망도 없다. 보이는 거라고는 대부분 둘러쌓인 산 뿐이다. 새벽이면 그래도 산과 강 사이로 피어오르는 운무가 볼 만한데.

1810 포항터미널에 하차하자 저녁 먹고 숙소에 가서 푹 쉬는 것으로 결정했다. 터미널 내의 식당을 둘러보니 막걸리를 팔만한 곳인데도 막걸리가 없다. 한 군데 보니 부산 생탁이다. 여러 번 마셔봤고, 별로였다. 옆의 기사식당으로 간다. 맛을 모르면 기사식당으로. 보통은 폼은 안나도 싸고 맜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닌게 아니라 1만원짜리 제육복음 괜찮았다. 소맥으로 막걸리를 대체해서 한잔하고 눈여겨 둔 모텔을 찾아 나섰다.

내 정보로는 29천원부터였는데 4만원이다. 35천원에 해준다면서 좋은 방 준다나. 오랜만에 욕탕에 뜨거운 물 받아놓고, 푹 몸을 담가 피로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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