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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외 산행기

응봉산 설흘산 산행기 : 경남 남해 20240127

by 머털이가 2024. 1. 29.

☞ 경로 : 선구마을정류장 - 칼날능선 - 응봉산 - 설흘산 - 다랭이마을 정류장 - 다랭이마을
☞ 버스 타고 갈 때 : 남해공용터미널에서 남면행 (향촌 경유) 탑승, 선구마을앞 정류장 하차(40분소요)
☞ 버스 타고 올 때 : 가천 다랭이마을 정류장에서 남해행 탑승
☞ 6.6km 표고 응봉산 472m 설흘산 482m 고도상승 550m 순이동시간 3시간 20분
특징 : 칼날바위 능선을 제외하면 오르는 길은 대체로 흙길로 완경사에 괜찮음. 칼날바위 능선의 경우 위험구간 공포구간을 일부 포함하고 있지만 안전시설도 잘 되어 있어, 조심만 하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응봉산 내림길이 다소 안 좋은데 내린 후 설흘산까지 능선길은 매우 좋음. 게다가 설흘산 오름길은 둘러가도록 완경사로 만듦. 설흘산 내림길이 길은 나쁘지는 않은데 끝까지 급경사여서 주의를 요함. 마지막에는 너덜지대로 길이 나 있음.
응봉산 칼날능선은 스릴 뿐아니라 전망도 환상적. 정상은 볼품이 없음. 설흘산 정상은 봉수대가 있고 사방이 훤히 트여 조망이 좋으나 보통의 미세먼지에도 시원한 맛을 반감시킴. 급경사 전에 바위전망대 있고, 도중에 급경사 흙길로 들지 않도록  알바 주의.
다랭이마을 암수바위는 꼭 인공적 작품으로 보일 정도. 관광지가 되어 찾는 사람이 많지만 별 매력은 없어 보이는데 시골할매 막걸리 원조가 여기라고.

응봉산에서 설흘산 가는 도중에 수처작주라는 고사성어를 새긴 목각. 어느 곳에 가든 주인이 되라는 의미라고.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산행기>

오늘은 45일 산행 일정 중 가장 여유가 있는 날이다. 아침 추위를 피해 느지막하게 0755 향촌을 경유하는 남면행버스에 탑승한다. 사전 정보로 보면 칼날바위 능선을 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완경사여서 크게 힘들 것 같지 않고 거리도 얼마 안 된다.

0840 선구마을앞 정류장에 하차, 칼날바위 능선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을 안고 산행을 시작한다. 앞을 보니 거대하고 멋진 산이 바다와 어우러져 있다. 저산은? 오늘 산행과는 관련 없지만 찾아보니 고동산이다.

칼날능선 전까지는 흙길반 돌길반에 예상대로 완경사의 등산로로 괜찮은 편이다. 급경사의 계단을 거쳐 칼날바위 능선에 오른다. 일부 위험하고,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공포구간도 있지만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안전시설도 잘 해놓고 있어 조금만 주의를 하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저 건너에 앞선 산객들도 여럿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기도 하다.

바위능선길은 전망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왼쪽으로 벼랑 넘어 보이는 전망은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깝다. 시간적 여유도 있어 삼각대 펴고 좁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옮기며 인증사진을 담는다.

칼날바위 능선이 지나면 돌길반 흙길반의 능선이 이어진다. 일부 너덜길 같은 길도 있지만 걸을 만하다. 응봉산 정상에 다달았는데, 막상 정상은 보잘 것이 없다. 돌무더기 앞에 자그마한 정상석이 서 있다. 칼날바위 능선에 비교하면 전망도 별로다.

앞선 팀이 모여 앉아 만찬을 즐기고 있다. 레드향 하나를 건네준다. 제주 촌놈이 여기와서 제주도 레드향을 선물 받는 게 다소 멋쩍기는 하지만 고맙게 챙긴다. 인증사진 담고 길을 재촉한다.

응봉산 내림길은 다소 안 좋은 편이나, 일단 내린 후부터는 설흘산까지 대부분 흙길로 매우 좋다. 물론 도중에 작은 봉우리를 지날 때 일부 너덜길 같은 길도 있기는 하다. 설흘산 오름길은 빙 둘러가면서 완경사로 만들어 놓아 부담이 없다. 길도 흙길이거나 흙 반 돌 반으로 나쁘지 않고.

설흘산 정상에는 호구산과 같이 봉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정상석은 봉수대 앞에다 붙여 놓았다. 사방이 훤히 조망되는데 날씨만 받쳐준다면 감탄이 나올 정도인데 아쉽다. 미세먼지가 보통임에도 불구하고 하늘과 바다가 흐릿하게 붙어있고 저 바다 위의 섬들도 희미하다. 지금까지 남해에 와서 본 경치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없을 정도로 밋밋하다.

기대했던 설흘산에 다소 실망하면서 길을 재촉한다. 도중에 급경사의 흙길 내림길이 뚜렷하게 나 있어 생각없이 따라가다 보니 경로이탈 알림이 울린다. 내 원칙은 이런 길은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그냥 내려온 것이 탈이다. 고도로 20m는 더 내려간 모양이다. 알림음을 15m로 설정해 두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시 올라온다. 내림길 전 능선에 바위전망대가 몇 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그냥 지나친다.

이제 본격적인 급경사의 내림길이다. 길은 주로 너덜지대 옆을 따라 형성된 듯, 흙 반 돌 반 길이다. 그래서 버틸 데가 있어 아주 나쁘지는 않은데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여기로 오르려면 웬만한 깔딱고개는 저리가라고 할 정도. 조심조심 발을 디딘다. 이 급경사가 등산로 끝까지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너덜길 중간으로 길이 나 있다.

도로에 나오자 설흘산 정상에서 보였던 다랭이마을이 한참 아래에 있다. 밭만 다랭이가 아니라 마을 집들도 계단마다 지어진 듯 마을의 경사가 꽤 급하다. 할머니 한 분을 만나 다랭이마을이 무엇으로 유명한가 하고 여쭤보니 암수바위도 있고, 바닷가도 있고, 먹거리 식당은 6군데나 된다고 하신다.

암수바위를 목표로 마을길을 가는데 특별하달 것은 없다. 토요일이기도 하고 이미 관광지가 된 마을이어서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다. 암수바위는 매끈하게 다듬어져 조각작품과 같아 오히려 감동이 덜 하다. 바닷가 구경은 애초에 생각이 없었고, 내려오는 길에 식당가?에 시골할매 막걸리 집을 눈여겨 두었는데, 요기로 향한다.

해물파전에 공기밥 하나를 시켜 배를 채우면서 유자생막걸리 한 병을 비운다. 할머니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가 유자생막걸리 원조라고 얘기하신다. 벽을 보니 조막손할머니의 막걸리 역사를 홍보하는 글이 있다.

유자생막걸리는 남해생탁과 같은 단맛을 내는데 유자향이 단맛을 누르면서 느끼한 맛을 없애는 듯, 나름 대로 먹을만은 하다. 특별히 좋다는 느낌은 없지만.

가천 다랭이마을 정류장이 남면행 버스의 종점이다. 시간을 보니 1335 남해행 버스 탑승이 가능할 듯. 서둘러 챙겨 나선다.

1430 숙소 도착, 씻고, 한숨 자고, 산행 기록하고.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아니면 산행이 너무 쉬워서 그랬는지 3일간 입은 옷에서 땀 냄새가 그다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하나로마트에서 울금주(1750) 한 병을 챙겨와서 남해의 마지막 막걸리 맛을 음미한다. 울금주 역시 시골할매 막걸리인데, 울금은 찾아보니 생강의 일종이라고. 유자생막걸리보다 단맛이나 느끼한 맛을 더 잘 잡아주는 것 같다. 색깔도 노란색이다. 한 번 더 먹고 싶다면 이 울금주가 되겠다. 울금주 한병을 비우고 그제 먹다 남긴 생이명주 무학산생탁주를 마저 비운다. 울금주 먹은 후에 마셔도 단맛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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