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로 : 덕구온천 - 모랫재 - 응봉산 - 사주목산 - 덕구계곡 - 용소폭포 - 덕구온천
☞ 버스 타고 갈 때 : 부구터미널에서 덕구온천 행 시내버스 탑승(20분소요)
☞ 버스 타고 올 때 : 덕구온천에서 울진행 시내버스 탑승, 울진종합버스터미널 하차(55분 소요)
☞ 12.6km 고도상승860m 순 이동시간5시간
☞ 특징 : 사주목산에서 덕구계곡으로 연결된 나무계단이 산불로 다 타서 폐허가 되어 매우 위험하며 등산을 금지하고 있음. 이 길은 원탕으로 하산하는 길인데 정상에는 금지 표시가 없지만, 계단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이 길로 하산하지 말 것. 모랫재로 오르는 길은 완경사에 힐링 코스임. 길도 거의 흙길이고 탄탄대로임. 원탕 하산길은 덕구계곡 내릴 때까지 급경사가 계속됨. 덕구계곡은 계곡 자체도 볼만하고 길도 괜찮음. 13개의 다리도 볼 거리임. 정상에서는 사방이 시원하게 트여 있음. 등산로에서는 전망이 트여 있는 곳이 한두 군데 정도이고 숲 사이로 주변이 조금씩 보이는 정도임.
응봉산 산행기
5시 좀 지나 잠이 깼다. 밤늦게 달걀과 오징어땅콩에 막걸리를 먹은 탓에, 산행 도중에 쉬면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하고 짐을 챙긴다. 6시에 숙소를 출발, 근처 터미널로 가서 대기하는데 시내버스 전용이라고 바닥에 쓰여 있다. 여긴 모양이구나 하면서 기다리면서도 0615에 덕구온천행 버스가 올지 확신이 안 선다. 전에 수지침을 공부하면서 한의학을 배웠는데 위가 나쁘면 의심이 많다고 했는데. 첫 버스인데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다. 난감해하는데 0617에 버스 한 대가 도착한다. 덕구온천까지는 20분 정도 걸렸다.
종점에서 하차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사전 정보로는 비교적 완만하고 쉽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정상까지 대부분 흙길이고 스틱 조정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오르내림도 거의 없다. 마지막 산행은 아무래도 힘이 부치기 마련인데 너무 행복했다. 응봉산 일출을 보는 행운도 누린다.
하지만 능선이 흙길이어서 나무가 많이 자라 사방을 조망할 곳은 거의 없었고, 일출도 숲 사이로 보는 것이라 아쉬웠다. 여기는 최근에 산불이 일어난 곳인지 그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고 산불에 타서 죽은 소나무들이 수없이 보인다. 정상에 이르러서야 동해 쪽으로 훤하게 트인다. 그런데 날씨가 별로 도와주지 않아서 감탄할 정도는 아니다. 예상보다 시간이 덜 걸려 인증사진도 찍으면서 정상에서 여유를 즐겨 본다.
내려가는 길은 처음부터 계단 길에 급경사다. 여기만 그러겠지 했는데 계속 급경사가 이어진다. 길에도 잔자갈이 깔려 덕항산만큼은 아니지만, 꽤 신경이 쓰인다. 사전 정보가 좀 부족했다. 이쪽이 거리는 길지만, 계곡을 따른 평지 혹은 완만한 경사길이 꽤 길어서 정상에서부터 능선길은 급경사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산행하는 것이 훨씬 좋을 뻔하였다고 생각하면서 조심조심 내려온다. 등산객도 한 명 보인다.
그런데 능선 막바지인 사주목산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려고 보니 계단이 이상하다. 철골만 남았고 나무로 된 부분은 모두 불타 버렸다. 조금 내려가니 더 엉망이다. 이리로 내려갈 수가 없을 정도이다. 고민이 시작된다. 모험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올라갈 것인가? 올라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게다가 급경사의 길을 계속 올라가야 한다. 불탄 계단 주위를 잘 살펴보니 조심만 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스틱을 접어 집어넣고 배낭을 단단하게 꾸리고 남아있는 철 구조물에 조심조심 의지하면서 한 걸음씩 내디딘다. 1분이면 될 것을 10분이나 걸려서 겨우 계곡길에 내려선다. 바로 13번째 다리가 나오고 재난신고 전화번호가 나오길래 전화했더니 먹통지역이다. 어쨌든 살았다.
이어지는 계곡변 길도 낭떠러지 길이고 길이 좁아 꽤 조마조마했다. 일단 여기를 통과해서 다시 계곡으로 내린 후부터는 길도 좋고 경사도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에 급경사일 수밖에 없었다.
도중에 아저씨 한 분을 만나 등산하는 줄 알고 불탄 계단 얘기를 해주려는데, 이 아저씨는 장수말벌 이야기를 한다. 누가 장수말벌 집을 건드려서 겨우 피해 왔다고. 그러면서 가다가 모랫재로 내려가라고 한다. 올해 3번이나 말벌에 쏘이고 119도 불렀던 상황이라, 말벌 후유증이 큰 나다. 덕구계곡의 풍경보다 말벌에 신경이 쓰이게 한다. 다행히도 그 후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사람들은 등산이 아니라 덕구계곡 구경꾼들임)이 많았고, 길도 좋아 그런 걱정은 없어졌다. 되레 이 아저씨 사기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풍과 어우러진 덕구계곡은 계곡 자체도 볼거리가 될 만큼 괜찮았고, 게다가 13개의 교량을 건너야 했는데 세계 각지의 유명 교량을 모방해서 만들어 설치하고, 설명도 달아놓아 이또한 볼거리였다. 하지만 용소폭포의 멎진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전망대가 없었다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마지막 다리(사실은 제1교량)에 이르자 쇠밧줄로 막아놓았고, 산불로 인한 등산 금지 표시가 되어 있다. 이 표시가 정상에 있었더라면 내가 그 모험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 후 울진군청에 7번이나 전화해서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하는 말씀이 그건 국유림관리사무소 소관이라나 하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래서 나도 그냥 끝냈다.)
덕구계곡으로 하산길도 전망이 없기는 비슷했다.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한두 군데 터진 정도. 등산을 위해서라면 반대로 진행해야 좋을 듯, 즉 급경사로 올라서 완경사로 내리고. 그러나 덕구계곡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이대로 진행해야 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등산로가 복구되기 전까지는 이 코스는 이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210이다. 지금 시각은 1214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위험 구간에서 소비한 시간에다 정상에서 여유 부린 시간까지. 버스 회사에 전화하니 1310에 울진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이용해도 동대구 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1310까지 20분 남짓 남았다. 요기할 시간이 애매하다. 점심은 울진 가서 상황을 보면서 하기로 하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귀가 준비를 한다. 1406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동대구행 버스가 1430이다. 여기서도 점심 먹기는 글렀다. 터미널에 편의점도 없고 간식 먹을 곳도 없다. 결국, 동대구 가서 해결할 수밖에 없어 남아있는 모닝빵 두 개로 풀칠한다.
1720 동대구에 도착하자 터미널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공항 직전에 있는 공항시장에서 내린다. 여기도 대박집이 있고 손님도 꽤 된다. 수육 국밥(11000원)에 불로막거리를 곁들여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한다. 배도 고팠지만 맛도 좋았다. 불로막걸리는 전에도 동대구에서 맛본 것으로 내 입맛에 맞는 괜찮은 막걸리였다. 1850쯤 나서 공항으로 걸어간다. 2005 티웨이 항공에 몸을 싣고 2110 제주공항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버스 시간을 착각하여 여유를 부리다 30분을 손해 보았다.
유달리 사연이 많았던 4박 5일의 산행을 그래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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